“사람들은 어떤 글에 마음이 움직일까?”
미국에서 작가가 되려는 이들이 반드시 거쳐야할 관문이 있다. 바로 저작권 에이전트를 구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작가지망생들이 가장 관심 있어 하는 것도 바로 에이전트에 관한 것이다. 미국 출판계에서 에이전트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작가지망생을 위한 잡지에 반드시 에이전트 주소록이 부록으로 붙어 있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이다. 에이전트가 작가지망생의 원고를 검토하고 그 작가지망생을 자신의 고객으로 받아들이기로 결정하면, 일단 출판으로 향하는 가장 어려운 고비를 넘어선 것이다. 에이전트는 그 원고를 꼼꼼히 살펴본 후, 작가지망생과 함께 다듬고 고쳐 자신을 신뢰하는 편집자에게 보낸다. 유수의 출판사에서 일하는 편집자들 역시 좋은 저자를 확보하기 위해 유능한 에이전트들과 가까이 지내고 그들이 추천하는 원고를 신중하게 검토한 후 출간을 결정한다. 한국과 달리 미국은 신춘문예와 같은 공모전이 거의 없으며, 출판사로 직접 투고된 원고가 바로 책으로 나오는 일도 드물다. 따라서 유능한 에이전트를 만나느냐 못 만나느냐가 작가로 살아갈 수 있느냐 없느냐, 더 나아가 독자의 사랑을 받는 작가로 발돋움할 수 있느냐 없느냐를 결정하게 된다. 노벨문학상, 퓰리처상, 전미도서상의 수상자들이 수상소감에서 예외 없이 자신과 함께 성장해온 에이전트에게 감사를 표하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노아 루크먼은 바로 그 에이전트로 살아왔다. 그의 고객 중에는 퓰리처상, 아메리칸북어워드, 오헨리 상 수상자 등이 망라되어 있다. 하루에도 수십 편의 원고가 배달되는 사무실에서 그는 어떤 원고가 편집자의 선택을 받아 출판될 가능성이 있으며, 이후에도 독자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을까 판단하는 일을 20년 넘게 해왔다. 유능한 에이전트는 비평가나 편집자와는 다른 관점으로 원고를 본다. 그들은 자신들에게 배달된 이 원고를 잠재력이 있을 뿐인 미완성의 작품으로 여긴다. 작가의 머릿속에 떠오른 최초의 아이디어는 아직 충분히 발현되지 않았으며, 따라서 자신의 역할은 작가가 그 잠재력을 온전히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역할은 비단 미국이 아닌 전 세계의 모든 작가지망생, 아니 이미 활발히 작품 활동을 하는 작가들조차 가장 원하는 서비스이기도 하다. 자기 원고가 독자의 손에 전달되기 전에, 이야기의 숨겨진 법칙에 정통한 누군가가 원고를 읽고 적절한 조언을 해주기를 바라지 않는 작가는 거의 없을 것이다.
이야기를 창작할 때마다 곁에 있었으면 했던 바로 그 멘토!
이 책의 목적은 훌륭한 아이디어 하나를 떠올리는 것이 플롯의 전부가 아님을 보여주는 것이다. 오히려 그 반대다. 좋은 플롯은 여러 가지 아이디어와 인물 묘사, 여정, 서스펜스, 갈등, 맥락 등 다양한 글쓰기 요소의 융합체이다. 물론 아이디어는 중요하지만, 이런 보조 요소들이 없다면 그냥 그것으로 끝이다 - 머리말 중에서
노아 루크먼은 작가들이 ‘기가 막힌 아이디어’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아이디어는 아이디어일 뿐, 독자는 언제나 훌륭하게 구성된 이야기에만 마음을 연다고 강조한다. 초고를 쓰는 동안 작가들은 눈에 옆가리개를 한 경주마처럼 앞으로만 나아가려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수천 년 동안 인류의 마음을 사로잡은 이야기들은 그렇게 만들어지지 않는다. 독자는 단순하고 평면적인 인물보다는 여러 면을 가진 복잡한 성격의 인물에 끌리고, 결말을 향해 직진하는 이야기보다 적절히 우회하며 충분히 뜸을 들일 줄 아는 이야기꾼의 작품에 더 빠져든다. 그러기 위해 작가는 자기 작품 속 인물들을 마치 수사관이나 정신과의사처럼 꼼꼼히 탐구해 입체감을 부여해야하며, 비록 이야기 전면에 드러나지는 않더라도 인물의 성장 과정, 가족과 사회적 배경, 자신과 세상에 대한 신념 등을 설득력 있게 구성해두어야 한다. <플롯 강화>의 전반부에는 인물에 대한 세밀한 질문들이 준비되어 있는데, 이것이야말로 기존의 창작지침서와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이 지나칠 정도로 상세한 질문을 통해 설정된 인물은 또 그만큼 세세히 분류된 갈등과 시련을 통해 본연의 성격을 드러내게 된다. 이 과정을 노아 루크먼은 ‘여정’이라고 보고, 이 ‘여정’에 서스펜스, 아이러니가 맥락에 따라 유기적으로 결합되어야만 독자들이 이야기를 통해 즐거움을 얻고, 지혜와 통찰에도 이를 수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이런 플롯 구성의 핵심 원칙들을 날카로운 질문과 설명을 통해 독자들에게 명쾌하게 알려준다. 또한 각 장마다 ‘실전 연습’을 두어 본문에서 배운 내용을 다시 복습하고, 나아가 지금 쓰고 있는 이야기에도 바로 적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영화, OTT, 출판, TV, 웹소설과 웹툰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흥미로운 이야기에 대한 수요가 폭발하는 이 ‘스토리텔링 애니멀’의 시대에 노아 루크먼의 <플롯 강화>는 좋은 이야기를 만들고는 싶지만 자신의 아이디어를 어떻게 발전시켜가야 할지 막막한 창작자들에게 더할 나위 없는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 차례
머리말
1장 인물 묘사: 외면
2장 인물 묘사: 내면
3장 인물 묘사: 응용
4장 여정
5장 서스펜스
6장 갈등
7장 맥락
8장 탁월함
맺음말
감사의 말
부록 참고해볼 만한 책과 영화
■ 추천사
한 세대 전의 요리책에는 ‘갖은양념’이니 ‘한소끔’ 같은 모호한 용어들이 난무했다. 정확히 뭘 어쩌라는 건지 알 수 없으니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러다 자취를 하던 시절, 그런 애매한 표현 없이 정확한 명사들만 사용하는 요리책을 드디어 만나고 감탄했다. 그 책에는 소금을 몇 그램 넣어서 몇 도에서 몇 분 동안 조리하라는 건지 구체적으로 적혀 있었다.
『플롯 강화』는 그렇게 정확하고 구체적인 매뉴얼이다. 다소 딱딱할지는 모르겠지만, 육감이나 손맛을 믿지 않는 저자들, 작법서의 아리송한 표현에 질린 예비 소설가들, 그리고 이야기를 더 짜릿하고 아슬아슬하게 만들어보려는 '꾼'들에게 추천한다. 글쓰기 입문 단계를 벗어나 한 단계 더 위로 도약하려는 이들에게 특히 도움이 될 것이다. _장강명(소설가)
글 쓰는 방법에 대한 현실적인 조언과 상식으로 가득한 책. 소설가가 자문해야 할 어려운 질문들에 대한 현명한 답이 들어 있다. _마이클 코다(『영국 전투』 저자)
글쓰기의 가장 중요한 원리인 인물을 통한 플롯 형성에 초점을 두고 있는 『플롯 강화』는 독서의 즐거움뿐만 아니라 유용한 정보로 가득 차 있다. _존 트루비(『이야기의 해부』 저자)
작가들의 참고 도서 목록에 꼭 있어야 할 책! _Publishers Weekly
『플롯 강화』는 당신 책상 위에 두고 필요한 부분의 페이지를 접고 밑줄을 그어가며 읽어야 할 책이다. _Prairieden.com
글쓰기의 기술에 관한 역대 최고의 책. _Authorlink
늘 곁에 있었으면 했던 창작 멘토가 책으로 찾아왔다! _The Midwest Book Review
■ 책 속에서
종이 위 인물에게 생명을 부여하려는 시도라도 해보려면 그전에 반드시 수행해야 할 과제가 있다. 당신이 만든 인물의 외면과 내면을 최대한 세세하고 꼼꼼하게 따져 묻는 것이다. 일단 세부사항을 말끔히 정리하고 나면, 한 인간을 종이 위에 포착해낸다는 불가능에 가깝던 임무가 가능해질 뿐만 아니라 심지어 쉽게 느껴질 것이다. 당신이 만든 인물을 잘 알게 되면 그 지식이 텍스트에 뚜렷이 배어나온다. 당신의 지식이 문장 저변에 흐르며 단어와 몸짓, 행동 하나하나를 증명해주는 것이다. 이런 지식이 없다면 당신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 _16쪽
이 모든 질문들의 목적은 당신이 만든 인물을 지금까지 생각해본 적 없던 방식으로 생각하게 하려는 것이었다. 단 하나라도 새로운 사항을 떠올릴 수 있었다면 충분히 가치 있는 과정이 된 셈이다. 하지만 이 질문들은 다른 면에서도 유익하다. 이 책은 풀롯에 관한 것이니, 지금부터는 이런 세부사항을 하나하나 살펴보면서 실제로 지극히 사소한 특성도 플롯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심지어 가끔은 플롯을 결정하기까지 한다는 것을 확인해보겠다. 궁극적으로 당신은 플롯의 아이디어가 등장인물에게서 나올 수 있다는 점을 깨닫게 될 것이다.
_36쪽
작가가 이야기를 쓰면서 가장 먼저 깨닫게 되는 점이 있다. 이야기의 핵심은 정보를 주는 것이 아니라 그 시점을 최대한 미루는 것이라는 점이다. 정보 자체보다는 그것을 전달하는 경로가 훨씬 더 중요하다. 독자나 관객은 이 경로로 여행하면서 만족을 느끼는 것이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의 기쁨이 목적지에 도착해 자전거를 멈출 때가 아니라 자전거로 달리는 과정에 있듯이 말이다. 목적지는 결코 여정만큼 중요하지 않다. 작가의 임무는 이런 여정을 시작하고 이어갈 수 있는 인물을 만드는 것이다. 변화의 직전에 있으며 결말에 이르면 여러모로 환골탈태하는, 즉 성숙해가는 인물을 만드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_112쪽
이 모든 논의는 가장 근본적인 차원의 의문을 이끌어낸다. 독자이자 관객인 우리는 애초에 어째서 여정을 원하는가? 어째서 등장인물이 여정에 나서기를 갈망하거나 심지어 요구하는가? 어째서 여정이 없는 작품을 감상하고 나면 불만과 분노를 터뜨리는가? 작가로서의 우리는 이 같은 인간의 욕구를 철학적, 심리적으로 이해함으로써 더욱 원활하게 충족시킬 수 있다. 이 질문에는 수천 가지 대답이 가능하겠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확실한 네 가지를 차례대로 살펴보자. _144쪽
서스펜스는 결국 ‘기대’에 관한 것이다. 우리가 갖지 못한 것, 아직 생겨나지 않은 것, 사건이 펼쳐지는 것을 지켜보는 과정의 문제다. (…) 한마디로 서스펜스는 기대감을 자아내고 연장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그러는지는 훨씬 복잡한 문제다. 서스펜스는 서로 받쳐주고 의지하는 다양한 요소들로 이루어져 있다. 우선 기대감 형성에서 시작하자(일단 기대감이 있어야 그것을 연장하는 일도 가능할 테니까). 지금부터 성공을 보장하는 열두 가지 방법을 공개한다. _154쪽
작품을 쓰다보면 아름다운 단어나 문구로부터 한 발짝 물러나 그것이 문장이나 단락 안에서 갖는 맥락을 가늠해야 할 때가 있다. 그러다 보면 결국은 각각의 장면, 상황, 인물이나 설정에서도 한 발짝 물러나 그것이 작품 전체에서 갖는 맥락을 판단해야 한다. 글쓰기는 교향곡과도 같다. 그 어떤 요소도 혼자 빛날 수는 없으며, 모든 요소가 결국에는 나머지에 기여하거나 손상을 입힌 정도에 따라 평가되어야 하는 것이다. _209쪽
우리에게는 이야기가 필요하다. 이야기는 항상 인간에게 음식만큼이나 절대적으로 중요한 존재였다. 이야기는 원초적 차원에서 우리에게 말을 걸며 욕망을 충족시켜준다. 인생이란 그저 정처 없고 무질서하며 불공평하고 대책 없어 보일 수 있다. 이야기는 그런 인생의 해독제가 되며 우리에게 목적과 질서와 정의와 해답을, 나아가 로맨스와 서스펜스와 갈등과 모험을 제공한다. 이야기는 의미를 부여한다. 우리의 삶은 무의미할 수도 있지만, 우리의 이야기에는 항상 의미가 있다. _254쪽
■ 지은이
노아 루크먼Noah Lukeman
작가이자 문학 에이전트. 퓰리처상, 아메리칸북어워드, 오헨리상 수상자 등 많은 베스트셀러 작가들의 작품을 관리하고 있다. 문학잡지 편집자와 문학 에이전트로 활동하며 여러 작가의 개성 넘치는 글을 통해 ‘좋은 글이 갖추어야 할 덕목’과 어떤 원고가 독자와 편집자의 선택과 사랑을 받는지 체득한다. 그 경험을 살려 여러 대학과 작가 컨퍼런스 등을 통해 작가 지망생들에게 글쓰기와 출판을 주제로 강연해왔다. 전작 『첫 5페이지』는 출간과 동시에 베스트셀러가 되었으며 현재 여러 대학의 교재로 쓰이고 있다.
■ 옮긴이
신소희
서울대학교 국어국문과를 졸업하고 출판 편집자로 일해왔다. 현재는 다양한 분야의 책을 번역하고 있다. 그동안 옮긴 책으로는 『피너츠 완전판』 『야생의 위로』 『내가 왜 계속 살아야 합니까』 『개와 고양이를 키웁니다』 『여자 사전』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