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즈쇼

판매개시일
2022/09/22
태그
김영하
장편소설
인생은_퀴즈다
표지
퀴즈쇼_앞표지.jpg
oopy
지은이김영하
발행일2022년 9월 22일
ISBN979-11-91114-34-8 (04810)
판형128*198
쪽수532쪽
정가│13,000원
인생은 퀴즈다!
고단한 청춘의 자화상 퀴즈쇼개정판
김영하 등단 25주년을 맞이해 시작된 ‘복복서가×김영하 소설’ 시리즈 2차분 6권 가운데 앞서 출간된 『오직 두 사람』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빛의 제국』에 이어 나머지 3종이 모두 출간되었다. 이번에 출간된 소설은 김영하식 슬픔의 미학을 볼 수 있는 『너의 목소리가 들려』, 한국의 이십대 또는 이십대적인 삶을 그려낸 『퀴즈쇼』 그리고 충격적인 첫 소설집 『호출』이다. 노력과 운의 아이러니한 관계를 통찰하는 『퀴즈쇼』는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21세기 청춘의 풍속도다. 이번 개정판에서는 문장을 세세하게 다듬고, 소설의 사회적 맥락에 대한 소회를 담은 ‘작가의 말’을 새로 실었다.
노력과 운이라는 아이러니
21세기 서울을 가로지르는 청춘의 오디세이아
1980년생 이민수는 부모 없이 외할머니와 함께 자랐다는 것을 제외하면 남부러울 것 없이 살아왔다. 방에 틀어박혀 책을 읽거나 다운받아놓은 드라마를 보거나 인터넷 서핑을 하는 것이 거의 전부였던 그의 일상은 외할머니의 죽음을 계기로 크게 달라진다. 외할머니가 남겨놓은 거액의 빚 때문에 무일푼으로 길바닥에 나앉게 된 그는 창문도 없는 1.5평 고시원에 들어가 편의점 알바를 하며 간신히 살아가게 된다. 그런 그에게 위안을 주는 것은 채팅사이트 ‘퀴즈방’뿐이다. 참가자들끼리 주로 책이나 영화 등에 대한 문제를 내고 정답을 맞히며 지적 유희와 쾌감을 즐기는 그곳에서 이민수는 ‘벽 속의 요정’ 서지원을 만나 사랑에 빠진다. 실제의 만남에서도 그들은 만나기 훨씬 전부터 알아왔던 것처럼 서로를 문득 알아본다. 가상세계와의 접속을 통해 펼쳐지는, 이른바 ‘사이버 시대 사랑의 현상학’이라고 부를 만한 장면이다. 그러던 어느 날, 편의점에서 해고당하고 고시원에서도 쫓겨나 갈 곳 없는 이민수에게 “퀴즈란 지혜의 힘을 빌려 우연과 맞서는 인간의 운명을 시뮬레이션하는 것”이라는 신념을 가진 이춘성이라는 사내가 천만원짜리 수표를 내밀며 퀴즈쇼에 출전할 것을 제안한다.
내 삶에서 어떻게 운명이 지배하는 영역을 줄이고
재주가 관할하는 영역을 넓힐 수 있을까?”
『퀴즈쇼』에서는 1997년 IMF체제 이후의 만성적인 경기불황, 온갖 정치경제적인 혼란과 갈등의 무대인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에서 대학원까지 다니고도 백수 신세를 벗어나지 못하는 이십대 후반의 한 젊은이가 겪을 법한 고통스러운 삶이 펼쳐진다. 하루아침에 빈털터리가 된 이민수의 눈에 노력을 강요하는 세상은 부조리함 그 자체다. 그런 그에게 무용함에 대한 추구와 게으름 사이에서 머무는 일은 일종의 사보타주다. 하지만 이춘성의 명함에 적힌 “불확실한 것은 운명이 지배하는 영역, 확실한 것은 무릇 인간의 재주가 관할하는 영역”이라는 문구처럼, 퀴즈쇼는 이민수에게 자신의 운명과 부조리한 세상에 맞서는 계기가 된다. 퀴즈쇼가 벌어지는 ‘회사’는 지식에 대한 순수한 열정만 갖추면 승승장구하여 돈과 명예를 얻을 수 있는 곳처럼 보인다. 그러나 ‘회사’를 거꾸로 뒤집으면 ‘사회’이듯, ‘회사’ 또한 운에 의해 승부가 좌우되고 경쟁과 욕망으로 가득한 곳이다. 현실인지 환상인지 알 수 없는 ‘회사’에서 빠져나온 이민수는 헌책방에서 일하며 자신의 현실을 새롭게 쌓아올리고자 한다. ‘회사’를 통과하는 동안 그의 안에서 무언가가 변한 걸까? 그는 말한다.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해. 그리고 나는 앞으로 좀 많이 달라질 것 같아.” 그렇다면 이민수에겐 밝은 내일이 기다리고 있을까?
21세기 서울은 어디로 향하는가
『퀴즈쇼』는 2007년에 초판이 발행되었다. 그러나 그로부터 15년이 지난 지금의 서울과 이 소설에 담겨 있는 서울의 풍속도는 놀랍도록 닮아 있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신자유주의가 만들어놓은 소수독과점의 경제구조, 양극화현상, 비정규직의 전면화 등 ‘삶의 자본화’ 또는 ‘삶의 생존전략화’라고 총칭할 수 있는 이 시대 젊음의 고단한 세상살이”는 더욱 심화된 것처럼 보인다. 2007년의 이민수는 2022년에 어떤 어른으로 성장했을까? 또는 반-성장했을까? 그렇다면 우리 사회에서 성장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이며, 반-성장으로서의 성장이란 어떤 것일까? 그리고 이 소설이 다시 출간되는 지금 여기에서 부모를 여의고, 빚에 시달리고, 고시원을 전전하는 2022년의 이민수들은 어떻게 살고 있으며, 우리 사회는 그들을 위해 무엇을 하고 있고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퀴즈쇼』 개정판은 이러한 질문들을 우리에게 던진다.
추천의 말
이제 김영하의 『퀴즈쇼』와 함께 독자들은, 좀처럼 그 희망을 찾아보기 힘든 이 시대의 백수, 신빈곤계급의 일원인 한 젊은이가 세상에 대해 조용히 ‘사보타주’하는 광경을 볼 수 있게 되었다. 헌책방 아르바이트생 이민수, 야전침대가 유일한 재산인 디오게네스의 새로운 후예에게 부디 앞날의 행운이 함께하기를! _복도훈(문학평론가)
이른바 ‘88만원 세대’라고 칭할 만한 젊은 주인공의 무망한 삶을 작가 특유의 적나라하고 재치 넘치는 서사로 조명함으로써 대한민국 기성 사회의 무책임한 폭력성을 예리하게 꼬집는다. _변지연(문학평론가)
현실인지 상상인지 알 수 없는 공간에서 벌어지는 마지막 퀴즈쇼는 기성세대의 공간인 ‘회사’를 동경하면서 동시에 환멸의 눈길로 바라보는 젊은이들의 시선을 반영하고 있다. 작가는 암울한 현실의 쓴맛이 느껴질 만한 곳에다 특유의 고품격 유머를 버무림으로써 신맛까지 더한다. _조선일보
희망이 없는 세대, 출구를 알 수 없는 막막함 속에 있는 요즘 이십대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_한겨레
차례
1장 벽 속의 요정 007
2장 귓속말 069
3장 새벽의 설움 113
4장 방으로 가득한 저택 151
5장 수족관 속의 상어 239
6장 흰개미굴 293
7장 회사 365
8장 장판교의 롱맨 431
9장 어제의 책, 오늘의 나 491
개정판을 내며 522
초판 작가의 말 526
책 속에서
어떤 질문은 충분히 생각할 시간이 주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 달리 말하자면, 충분히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는 퀴즈도 있다. 그러나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인생의 거의 모든 질문이 그렇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_81~82쪽
그리고 우리의 진심어린 말도 곧잘 오해를 받는다. 내 입에서 나간 ‘사랑’은 네가 들은 그 ‘사랑’이 아니다. 나의 생각은 너에게 전해지지 않고 너의 생각 역시 나에게 전해지지 않는다. 말은 언제나 왜곡되고 변질된다. 그러나 돈에 대한 말은 아무 손실 없이 그대로 전달된다. _108쪽
내가 이 세계에서 과연 살아남을 수 있겠니? 사람다운 사람을 만나, 말 같은 말을 하고, 집 같은 집에서 잠들고, 밥 같은 밥을 먹으며 사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이냐? _111쪽
어렸을 때 나는 누가 나에 대해서 물으면 정말 궁금해서 묻는 줄 알고 온 힘을 다해서 대답했다. 그러나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사람들은 그저 떠오르는 대로 지껄이는 거였다. 적당한 대꾸만 해주면 그들은 즉시 다른 질문으로 넘어간다. _305쪽
언제나 온 세상이 회전목마처럼 돌아가면서 끊임없이 물었던 것 같아. 네가 원하는 게 뭐냐고. 뭐든 하나만 잘하면 된다고. 그런데 그 ‘하나’를 잘하는 게 어디 쉬운 일이야? 결국 사람들을 자꾸 실망시키고, 그러다보니 언젠가부터 아무것도 원하지 않는 사람이 돼버린 것 같아. _306쪽
여기서 목적이란 퀴즈 리그에서 우승하여 큰돈을 벌고 이 세계에서 이름을 드높이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누구를 보스로 옹립하느냐와 누구를 축출하느냐의 문제가 중요했다. 개인의 권력욕은 팀의 효율성과 긴장관계에 있었다. 권력욕만으로는 ‘회사’를 장악할 수 없었고 또 그런 사람을 용납하지도 않았다. 그런 면에서 우리는 말 그대로 ‘회사’였던 것이다 _457쪽
‘그냥 이렇게 사는 거’라고 말했지만 그 순간 나는 엉뚱하게도 이춘성의 명함에 인쇄돼 있던 ‘회사’의 모토를 떠올렸다. ‘불확실한 것은 운명이 지배하는 영역, 확실한 것은 무릇 인간의 재주가 관할하는 영역’이라는 말 말이다. 내 삶에서 어떻게 ‘운명’이 지배하는 영역을 줄이고 ‘재주’가 관할하는 영역을 넓힐 수 있을까? 그럴 수만 있다면 내 삶은 지금까지와는 사뭇 다른 양상으로 변화할 것 같았다. _52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