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이│어맨다 패리시 모건(Amanda Parrish Morgan)
옮긴이│김은지
원제│STROLLER
발행일│2025년 8월 18일
판형│113*188│쪽수│220쪽│ 정가│15,000원
분야│인문
ISBN│979-11-91114-94-2 (04800)
책 소개
◆ 뉴요커 선정 최고의 책
작은 바퀴에 숨겨진 현대 양육의 여러 얼굴
‘지식산문 O’ 시리즈가 주목한 다섯번째 사물은 ‘유아차’다. 어린아이와 함께 외출할 때 유아차는 양육자와 아이 모두를 구원하는 은혜로운 이동 수단이 된다. 아이에게는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고, 부모에게는 허리 통증에서 잠시나마 벗어날 여유를 준다. 이제 유아차는 육아에서 빠질 수 없는 대표 물건으로 자리잡았다.
유아차는 단순한 이동 수단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어떤 모델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부모의 육아관과 라이프스타일이 드러나고, 고가의 브랜드 유아차는 사회적 지위와 계급을 보여주는 지표가 되기도 한다. 이러한 상징들은 거리에서 ‘유아차를 끄는 일’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지 못하게 만든다.
이 책은 유아차가 가능하게 만든 것들과 동시에 불가능하게 만든 것들에 대해 섬세하게 추적한다. 저자는 역사, 영화, 회화, 문학 속에 등장하는 유아차의 이미지와 의미를 살펴보는 한편 여성학, 인류학, 물리치료학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를 조사하고, 실제 양육자를 취재하며 유아차에 담긴 복잡하고도 다층적인 의미를 풀어낸다.
유아차 = 자유, 연결, 안전
저자 어맨다 패리스 모건은 아이를 가지면 “이제 달리기는 완전히 끝이겠네”라는 친구의 말에 큰 상처를 받는다. 러닝은 어린 시절부터 그녀의 정체성을 이루는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었기 때문이다. 현실적인 어려움이 따르더라도 육아와 자기 성취의 양립을 이루겠다는 다짐 아래, 그녀는 일주일에 서너 번씩 유아차를 밀고 달렸다. 아이들의 등하원길은 물론이고 들판, 브루클린브리지, 지하철 여행, 트라이베카의 놀이터까지 아이들과 도시 곳곳을 누비며 새로운 장소를 모험하는 자유를 경험하게 된다.
나는 유아차 덕분에 내가 사랑하는 모험에 테아와 사이먼을 데려갈 수 있었다. (…) 어파베이비 비스타 옆에서 유난히 꾀죄죄해 보이는 내 유아차. 캐노피 위에 핀 곰팡이를 보며 부끄러워했던 기억은 내가 아이들과 함께 횡단한 그 모든 길 위의 시간이 우리를 변화시켰다는 생각에 금세 떠밀려갔다.
_203~204쪽
한편 육아는 아이를 중심으로 세상이 재편되는 과정이며 그 속에서 양육자의 이름과 정체성은 지워지기 쉽다. 유아차는 양육자가 그런 고립의 순간에서 벗어나 세상과 연결될 수 있도록 이끌어주기도 한다. 저자는 비슷한 또래의 아이를 키우는 엄마 모임에 참여하여 유아차를 세워두고 나누는 대화가 공동체의식을 느끼고, 존재감을 회복하게 해주었다고 술회한다.
이는 유아차의 물리적 구조 덕분이기도 하다. 아이와 양육자가 각자의 자리에서 나란히 이동할 수 있는 설계는, 서로를 가까이 두면서도 적당한 간격을 유지하게 한다. 그 미묘한 거리감은 독립성과 연결감을 동시에 가능하게 만들며, 오히려 더 깊은 안전함을 느끼게 해주는 장치가 된다.
유아차 = 속박, 편견, 불안
유아차는 아이와 양육자에게 이동의 자유를 선물해주었지만 역설적으로 속박하기도 한다. 부피가 큰 유아차는 계단이나 턱이 높은 인도를 통과하기 어렵고, 아이를 태운 채로는 잠시도 시선을 거둘 수 없다. 저자는 첫째 아이를 유치원에 데려다주는 동안 둘째가 탄 유아차를 놀이터에 잠시 세워두었고, 단 몇 분 만에 “저기! 누구 애예요?”라는 외침과 함께 아동 방임범으로 오해받을 뻔한 경험을 한다.
‘유아차를 끄는’ 동안에 양육자는 끊임없이 사람들의 시선에 노출된다. 특히 여성들에게, “비합리적인 기대”(80쪽)의 형태로 더욱 강하게 작동한다. “여성이 어머니이기 때문에 존경받을 만하다”(124쪽)는 관념은 19세기 빅토리아시대의 유물처럼 들리지만, 오늘날에도 ‘돌봄은 엄마가 해야 한다’ ‘모성애는 순수하다’ 같은 편견은 여전히 사회 곳곳에 뿌리내려 있다. 이러한 내면화된 의식들은 ‘좋은 엄마’가 되어야 한다는 압박으로 이어지고 그로인해 여성 양육자들은 수치감과 죄책감에 시달린다.
그 결과는 아이를 위해 더 많이, 더 좋은 물건을 구매하게 만드는 소비주의 육아 문화로 이어진다. 유아 용품 기업은 부모의 두려움을 자극하는 마케팅을 강화하고, 다른 문화권의 새로운 육아법들이 소개될수록 부모가 느끼는 불안은 커져만 간다. 저자는 이러한 현실적인 감정과, 문제들을 마주하고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그 불안의 근원을 천천히 더듬어간다.
유아차는 현대 육아의 복잡한 상징을 담은 세계이자 각 가정마다 고유한 사연과 시간이 얽혀 있는 개별적 공간이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거리에서 마주치는 유아차를 예전처럼 무심히 지나치기는 어려울 것이다. 유아차에 실린 돌봄의 명과 암이 함께 눈에 들어올 테니까.
[우리 주변의 평범한 사물들이 품고 있는
놀라운 이야기를 발견하는 시리즈, 복복서가 ‘지식산문 O’]
복복서가 ‘지식산문 O’는 영국 블룸즈버리 출판사의 대표적인 스테디셀러 ‘오브젝트 레슨스’ 시리즈 가운데 특히 흥미로우면서도 새로운 사고를 촉발하는 책들을 선별해 국내 독자에게 선보이는 시리즈다. 사물에 관한 깊이 있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인문 에세이로, 독자는 이 시리즈를 통해 늘 곁에 있는 물건들, 그래서 눈여겨보지 않았던 것들에 담긴 숨겨진 이야기를 발견하고 탐험하며 교양을 쌓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추천사
지식산문 O 시리즈는 평범하고 진부한 물건들을 주제 삼아 발명, 정치적 투쟁, 과학, 대중적 신화 등 풍부한 역사 이야기로 그 물건에 생기를 불어넣는 마법을 부린다. 이 책들은 매혹적인 내용으로 가득하고, 날카로우면서도 이해하기 쉬운 문장으로 일상의 세계를 생생하게 만든다. 경고: 이 총서 몇 권을 읽고 나면, 집 안을 돌아다니며 아무 물건이나 집어들고는 이렇게 혼잣말할 것이다. “이 물건에는 어떤 이야기가 숨어 있을지 궁금해.”
_스티븐 존슨, 『탁월한 아이디어는 어디서 오는가』 저자
‘짧고 아름다운 책들’이라는 지식산문 O 시리즈의 소개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 이 책들은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했던 일상의 부분들을 다시 한번 돌아보도록 영감을 준다. 이는 사물 자체에 대해 배울 기회라기보다 자기 성찰과 스토리텔링을 위한 기회다. 지식산문 O 시리즈는 우리가 경이로운 세계에 둘러싸여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켜준다. 우리가 그것을 주의깊게 바라보기만 한다면. _존 워너, 〈시카고 트리뷴〉
손바닥 크기의 아름다운 책 속에 이렇게나 탁월한 글이라니, 이 시리즈의 놀라운 점은 존재 그 자체일 것이다. (…) 하나같이 뛰어나고, 매력적이며, 사고를 자극해주고 유익하다. _제니퍼 보트 야코비시, 〈워싱턴 인디펜던트 리뷰 오브 북스〉
유익하고 재미있다. (…) 주머니에 넣고 다니다가 삶이 지루할 때 꺼내 읽기 완벽하다. _새라 머독, 〈토론토 스타〉
내 생각에, 이 시리즈는 미국에서 가장 한결같이 흥미로운 논픽션 책 시리즈다. _메건 볼퍼트, 〈팝매터스〉
재미있고, 생각을 자극하며, 시적이다. (…) 이 작은 책들은 종이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꿈이다. _존 팀페인, 〈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
권당 2만 5천 단어로 짧지만, 이 책들은 결코 가볍지 않다. _마리나 벤저민, 〈뉴 스테이츠먼〉
이 시리즈의 즐거움은 (…) 각 저자들이 자신이 맡은 물건이 겪어온 다양한 변화들과 조우하는 데 있다. 물건이 무대 중앙에 정면으로 앉아 행동을 지시한다. 물건이 장르, 연대기, 연구의 한계를 결정한다. 저자는 자신이 선택했거나 자신을 선택한 사물로부터 단서를 얻어야 한다. 그 결과 놀랍도록 다채로운 시리즈가 탄생했으며, 이 시리즈에 속한 책들은 그 자체로 하나의 작품이다. _줄리언 예이츠, 〈로스앤젤레스 리뷰 오브 북스〉
지식산문 O 시리즈는 아름답고 단순한 전제를 두었다. 각 책은 특정 사물에 초점을 맞춘다. 이 사물은 평범하거나 예상치 못한 것일 수도 있고, 유머러스하거나 정치적으로 시의적절할 수도 있다. 어떤 사물이든 이 책은 각 사물 이면에 숨겨진 풍부한 이야기를 드러낸다. _크리스틴 로, 〈북 라이엇〉
롤랑 바르트와 웨스 앤더슨 사이 어딘가의 감성. _사이먼 레이놀즈, 『레트로마니아』 저자
지은이
어맨다 패리시 모건Amanda Parrish Morgan
에세이스트이자 글쓰기 강사. 워싱턴 포스트, 애틀랜틱 등 다양한 매체에 글을 기고해왔으며 페어필드대학교, 웨스트포트 작가 워크숍, 시카고대학교 그레이엄스쿨 등에서 강의한다. 『유아차』는 뉴요커 선정 2022년 최고의 책 가운데 하나다.
옮긴이
김은지
고려대학교 화학과를 졸업하고 대기업 해외영업팀에서 13년간 근무했다. 늘 본 것을 전하는 일을 해왔다. 어린 시절부터 책을 사랑해 번역가가 되었다. 옮긴 책으로 『그들의 슬픔을 껴안을 수밖에』 『트루 비즈』, ‘레드 수도원 연대기’ 시리즈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