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이│캐런 웨인가튼(Karen Weingarten)
옮긴이│서정아
원제│PREGNANCY TEST
발행일│2025년 8월 18일
판형│113*188│쪽수│300쪽│ 정가│15,000원
분야│인문
ISBN│979-11-91114-95-9 (04800)
책 소개
★여성학자 정희진 강력 추천
“임신테스트기는 여성이 자기 몸의 통제권을 갖기 위한 최전선의 도구다.
주변 여성들에게 임신테스트기와 이 책을 같이 선물하자!”
가장 사적인 공간에서 가장 거대한 혁명을 일으킨 작은 막대 이야기
두 줄이 표시된 막대가 무엇을 뜻하는지 모르는 사람은 없다. 이 작은 막대는 언제부터 우리 곁에 있었을까? 발명의 단초를 꽃피운 곳은 실험실도, 수술실도, 기업의 회의실도 아닌 어느 인쇄소였다. 사회가 구성해온 억압적인 ‘여성성’에 여성들 스스로 주체적으로 대항하며 목소리를 높여가던 1967년, 병원에서 진행하는 임신검사 원리를 접한 디자이너 마거릿 크레인은 의문을 품었다. “이런 검사라면 여성들이 스스로 시행해도 되지 않을까?” 그는 단순한 궁금증에 그치지 않고 부업으로 근무하던 인쇄소에서 시제품을 구상했다.
남성 부사장은 크레인의 제안을 듣곤 무안을 주었다. 여성들이 혼자서 여러 단계에 걸친 검사를 정확히 수행할 수 있겠어? 하지만 몇 달 후, 비웃었던 크레인의 아이디어대로 가정용 임신테스트기의 디자인을 논의하는 회의가 열렸다. 임신테스트기의 미래를 논한다는 명목으로 회의실에 모인 열두 남성, 그리고 크레인. 크레인은 그 자리의 유일한 여성 참석자였다. 뚜껑에 핑크색 술이 치렁치렁 달린 용기부터 테두리가 다이아몬드로 섬세히 장식된 검사기까지… 테이블 위에는 남성 디자이너들이 내놓은 화려하지만 실용성이 떨어지는 시제품들이 나열되어 있었다. 테이블 맨 끝에 놓인 크레인의 시제품만이 실제 사용자인 여성을 고려했고 최종적으로 채택되었다.
그렇게 채택된 최초의 가정용 임신테스트기는 오늘날 우리에게 익숙한 막대 모양이 아니다. 여성이 한 손으로 쥐기 좋게 작기는 했지만, 직사각형 내부에 점안기와 시험관, 거울까지 포함되어 실험실을 연상시켰다. 용법도 단순하지 않았다. 고등학교 화학 실험을 연상시키는 열두 단계의 과정을 거쳐야 했다. 그럼에도 여성들은 병원에 가지 않고도 스스로 임신 여부를 검사할 수 있는 그 기기를 선호했다.
당시 어떤 의사들은 여성이 출산 의지를 보이지 않으면 임신검사 자체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가정용 임신테스트기는 여성들이 임신검사를 흔쾌히 시행해줄 의사를 찾을 필요도, 그 의사에게서 검사의 동기나 차후 계획에 대해 의심받을 위험도 없애주었다. 여성들은 스스로 마음의 준비를 마칠 때까지는 자신의 검사 결과를 누구와도 공유할 필요가 없어졌다. 비로소 몸과 성의 프라이버시를 되찾은 것이다. 지식산문 O 『임신테스트기』는 여성들에게 권리를 되돌려준 작은 막대에 숨겨진 놀라운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전해준다.
혁신의 빛과 또다른 억압 사이, 작은 막대의 위태로운 외줄 타기
임신테스트기가 우리 곁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데는 미디어도 한몫했다. 작은 막대로 임신 여부를 판별할 수 있다는 혁신은 작가들을 매료시켰다.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등장인물이 임신 사실을 알아차리는 극적인 장면을 연출하는 데 활용되었다. 시청자들이 TV를 통해 임신테스트기를 자주 접하게 되면서, 1990년대 초 임신테스트기 판매가 급증했다.
이제 임신테스트기가 없는 세상은 상상도 어렵게 되었다. 한편, 시간을 거치면서 작은 막대가 품은 서사도 달라졌다. 20세기 말엽까지는 여성이 스스로 자신의 임신 여부를 파악하고 대처하는 혁신적인 도구로서 각광받았지만 요즈음에는 디스토피아 문학의 단골 소재가 되었다. 임신 여부를 간단히 검사할 수 있게 되면서 여성에게 임신검사를 강요하거나 압박하는 상황을 그려내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허구가 아닌 현실이다. 이민자 여성이 고용조건의 일환으로 국경에서 임신검사를 강요당한 사례나 교도소에 수감된 여성을 대상으로 임신검사를 강요한 사례는 현대에도 존재한다.
임신테스트기는 단지 한 여성의 임신 여부만 말해주는 도구가 아니다. 사회가 여성의 몸과 재생산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조용히 비춰온 거울이기도 하다. 저자 캐런 웨인가튼은 단언한다. 앞으로도 이 작은 막대는 대다수의 임신에서 모종의 역할을 담당하게 되리라고. 앞으로의 변화 또한 막대가 어디를 향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누가 여성의 임신을 제일 먼저 알아야 하는가.
임신은 여성의 삶에서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 책은 이에 대한 여성주의 과학사 및 과학철학의 대답이다.”
_정희진, 『다시 페미니즘의 도전』 저자
[우리 주변의 평범한 사물들이 품고 있는
놀라운 이야기를 발견하는 시리즈, 복복서가 ‘지식산문 O’]
복복서가 ‘지식산문 O’는 영국 블룸즈버리 출판사의 대표적인 스테디셀러 ‘오브젝트 레슨스’ 시리즈 가운데 특히 흥미로우면서도 새로운 사고를 촉발하는 책들을 선별해 국내 독자에게 선보이는 시리즈다. 사물에 관한 깊이 있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인문 에세이로, 독자는 이 시리즈를 통해 늘 곁에 있는 물건들, 그래서 눈여겨보지 않았던 것들에 담긴 숨겨진 이야기를 발견하고 탐험하며 교양을 쌓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추천사
누가 여성의 임신을 제일 먼저 알아야 하는가. 임신은 여성의 삶에서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 책은 이에 대한 여성주의 과학사 및 과학철학의 대답이다. 임신테스트기는 여성이 자기 몸의 통제권을 갖기 위한 최전선의 도구다. 주변 여성들에게 임신테스트기와 이 책을 같이 선물하자!
_정희진, 『다시 페미니즘의 도전』 저자
지식산문 O 시리즈는 평범하고 진부한 물건들을 주제 삼아 발명, 정치적 투쟁, 과학, 대중적 신화 등 풍부한 역사 이야기로 그 물건에 생기를 불어넣는 마법을 부린다. 이 책들은 매혹적인 내용으로 가득하고, 날카로우면서도 이해하기 쉬운 문장으로 일상의 세계를 생생하게 만든다. 경고: 이 총서 몇 권을 읽고 나면, 집 안을 돌아다니며 아무 물건이나 집어들고는 이렇게 혼잣말할 것이다. “이 물건에는 어떤 이야기가 숨어 있을지 궁금해.”
_스티븐 존슨, 『탁월한 아이디어는 어디서 오는가』 저자
‘짧고 아름다운 책들’이라는 지식산문 O 시리즈의 소개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 이 책들은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했던 일상의 부분들을 다시 한번 돌아보도록 영감을 준다. 이는 사물 자체에 대해 배울 기회라기보다 자기 성찰과 스토리텔링을 위한 기회다. 지식산문 O 시리즈는 우리가 경이로운 세계에 둘러싸여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켜준다. 우리가 그것을 주의깊게 바라보기만 한다면. _존 워너, 〈시카고 트리뷴〉
손바닥 크기의 아름다운 책 속에 이렇게나 탁월한 글이라니, 이 시리즈의 놀라운 점은 존재 그 자체일 것이다. (…) 하나같이 뛰어나고, 매력적이며, 사고를 자극해주고 유익하다. _제니퍼 보트 야코비시, 〈워싱턴 인디펜던트 리뷰 오브 북스〉
유익하고 재미있다. (…) 주머니에 넣고 다니다가 삶이 지루할 때 꺼내 읽기 완벽하다. _새라 머독, 〈토론토 스타〉
내 생각에, 이 시리즈는 미국에서 가장 한결같이 흥미로운 논픽션 책 시리즈다. _메건 볼퍼트, 〈팝매터스〉
재미있고, 생각을 자극하며, 시적이다. (…) 이 작은 책들은 종이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꿈이다. _존 팀페인, 〈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
권당 2만 5천 단어로 짧지만, 이 책들은 결코 가볍지 않다. _마리나 벤저민, 〈뉴 스테이츠먼〉
이 시리즈의 즐거움은 (…) 각 저자들이 자신이 맡은 물건이 겪어온 다양한 변화들과 조우하는 데 있다. 물건이 무대 중앙에 정면으로 앉아 행동을 지시한다. 물건이 장르, 연대기, 연구의 한계를 결정한다. 저자는 자신이 선택했거나 자신을 선택한 사물로부터 단서를 얻어야 한다. 그 결과 놀랍도록 다채로운 시리즈가 탄생했으며, 이 시리즈에 속한 책들은 그 자체로 하나의 작품이다. _줄리언 예이츠, 〈로스앤젤레스 리뷰 오브 북스〉
지식산문 O 시리즈는 아름답고 단순한 전제를 두었다. 각 책은 특정 사물에 초점을 맞춘다. 이 사물은 평범하거나 예상치 못한 것일 수도 있고, 유머러스하거나 정치적으로 시의적절할 수도 있다. 어떤 사물이든 이 책은 각 사물 이면에 숨겨진 풍부한 이야기를 드러낸다. _크리스틴 로, 〈북 라이엇〉
롤랑 바르트와 웨스 앤더슨 사이 어딘가의 감성. _사이먼 레이놀즈, 『레트로마니아』 저자
지은이
캐런 웨인가튼Karen Weingarten
미국 뉴욕시립대학교 퀸스칼리지의 영어학과 부교수. 재생산 문화사와 재생산 기술 연구자로 『미국인의 상상 속 임신중지: 생명과 선택 이전, 1880-1940』(2014)을 저술했다. 젠더와 의학사를 연구하는 학술 플랫폼 너싱 클리오에 기고해왔다.
옮긴이
서정아
사람과 문화, 우주에 대한 호기심으로 가득한 번역가이자 치과의사다. 좋은 글을 정직하게 전달하기 위한 자발적 고민을 즐기며 책과 언어를 사랑하는 행복한 삶을 여전히 꿈꾼다. 옮긴 책으로 『사실의 수명』 『내가 알던 사람』 『기발해서 더 놀라운 의학의 역사』 『다운 걸』 『칼끝의 심장』 『날씨의 세계』 『생존자 카페』 『심장』 『Holy Shit』 『들소에게 노래를 불러준 소녀』 『맹그로브의 눈물』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