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이 | 롤프 포츠(Rolf Potts)
옮긴이 | 송예슬
원제 | Souvenir
분야 | 인문
판형 | 113*188mm (무선)
쪽수 | 200쪽
가격 | 15,000원
발행일 | 2025년 8월 18일
ISBN | 979-11-91114-93-5 (04800), 979-11-91114-74-4 (세트)
소소한 기념품에 숨겨진
사천 년 인류 역사의 비밀스러운 신비를 들여다보다
먼 곳으로 떠난 사람들은 왜 절대 빈손으로 돌아오지 않는 걸까? 바닷가에서 주운 조개껍데기, 에펠탑 열쇠고리, 그림엽서, 마그넷… 여행지에서 무언가를 가지고 돌아오고 싶은 마음은 시대를 불문하고 유효했다. 지금처럼 관광지마다 양산형 물건들을 파는 기념품점이 많이 생겨나기 전에도 사람들은 어딘가에 가면 꼭 기념할 만한 무언가를 사 왔다. 사 올 게 없으면 심지어 훔쳐오기도 했다. 중세시대에 성지순례를 떠난 순례자들은 땅바닥의 흙을 담아 오거나 종려나무 잎을 주워 왔고, 셰익스피어 생가를 찾은 사람들은 작가가 앉았던 나무의자를 칼로 살짝 도려내 그 조각을 챙겼다. 계몽 시대에 학식을 쌓기 위해 유럽대륙으로 ‘그랜드 투어’를 떠났던 부유층 자녀들은 낯선 나라의 이국적인 기념품에 관심을 가졌다. “네덜란드에 가면 튤립 구근과 도자기를, 스위스 알프스산맥에 가면 수정과 허브를”, 그리고 “밀라노에서는 향긋한 비누와 크리스털로 된 물건을” 가져왔다. 당시 기념품에 열성적이기로 유명했던 인물인 제3대 벌링턴 백작 리처드 보일은 무려 878개의 짐 가방을 가지고 돌아왔다고 전해진다. 사람들은 이렇게 모은 진귀한 물건들을 주변 사람에게 자랑하거나 선물했다. 또는 집안에 경이로운 방이라 이름 붙인 공간, 즉 ‘분더카머’를 마련해두고 자랑스레 진열해두거나 대학과 공공박물관에 기증하기도 했다.
대체 사람들은 왜 이렇게 여행지의 물건에 집착했던 걸까? 어쩌면 이 물건들은 보이는 것보다 심오하고 커다란 무언가와 이어져 있는지도 모른다.
이 책은 일종의 기념품 안내서라고 할 수 있다. 어떤 물건을 수집해야 하는지 또는 어디서 구할 수 있는지 나열한 책은 아니고, 왜 우리가 여행할 때 기념품을 찾는지, 과거의 여행자에게는 기념품이 어떤 의미였는지, 또 우리가 기념품을 통해 삶을 어떻게 서사화하는지 탐구하는 책이다. _13쪽
자연의 경이로움 혹은 예술적 성취의 증거이자
세계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매혹적인 표지
기념품의 역사는 사천 년 전으로 거슬러올라간다. 시대와 문화에 따라 유행하는 기념품은 달라졌지만, 인류 역사가 시작된 이래 사람들은 언제나 기념품에 진심이었다. 여행이 드문 경험이었던 과거에는 이러한 경향이 한층 더 심했다. 당시에는 여행 기념품이 자신의 특별한 경험뿐 아니라 부와 특권을 과시할 수 있는 증거였다. 보편적인 여행의 형태가 주로 성스러운 땅으로 떠나는 여정이던 중세 시대를 지나 계몽 시대로 접어들면서는 예술, 과학, 인문주의적 탐구가 여행의 중심 테마가 되었다. 그에 따라 기념품도 성유물과 신성이 깃든 물건들, 신의 창조물이라 할 수 있을 자연물 중심에서 인문주의적 탐구와 예술에 도움이 될 만한 표본들로 옮겨갔다. 19세기 말이 되자 양산형 장식품이나 대량 판매용 소품이 인기를 끌었고, 지금 우리에게 익숙한 기념품점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20세기 말, 양산형 기념품은 수십억 달러 규모의 세계적인 산업으로 성장한다.
여행을 떠난 사람들은 일상과 동떨어진 공간에서, 곧 휘발되어버릴지 모를 지금 이 순간의 기억을 붙잡아두고 싶은 마음에 기념품을 구입한다. 사람들이 여행지에서 가져오는 물건들은 얼핏 비슷비슷해 보이지만, 각자에게는 ‘잃어버린 시간’의 우주를 품은 고유한 사물이나 다름없다. 마치 프루스트의 소설 속 마들렌처럼, 여행지에서의 기억과 감정을 한순간에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그뿐일까. 지도 위에 펼쳐진 세계의 모습을 입체적으로 감각하고 앞으로 펼쳐질 여행을 꿈꾸게 하는 신비한 물건이기도 하다.
내가 인생의 여러 단계를 거치며 모은 기념품들은 그 자체로 무작위적인 박물관을 이루어 내가 세상을 바라보고, 그 안에 존재하고, 주변을 이해하는 방식을 전시한다고 할 수 있다. _89쪽
지극히 사적이면서 보편적인 기념품의 흥미진진한 모험
『기념품』을 쓴 롤프 포츠는 끊임없이 자기만의 독창적이고 자유로운 여행을 시도하는 여행 작가다. 짐 없이 육 주간 세계를 여행하고 히치하이킹으로만 동유럽을 유람하거나 걸어서 이스라엘을 횡단하는 등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면서 칠십여 개국 이상을 여행했다. 그가 자신이 모아온 기념품 컬렉션을 소개하며(그중에는 한국에서 사 간 기념품도 있다!) 풀어내는 기념품의 역사와 발자취는 그야말로 또하나의 기발한 모험담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기념품뿐만 아니라 범죄 현장이나 재난 현장에서 오랜 시간 기념품으로 취급되어온 것들, 어느 나라의 전통적인 물건이라고 여겨지지만 사실은 특정한 전통이나 문화를 그저 ‘수행’하고 있을 뿐인 기념품들 등 기념품에 얽힌 다채로운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당신이 여행지에서 사 온 물건들이 전과는 조금 달라 보일 것이다.
각각의 기념품이 품고 있는 이야기가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며, 나의 핵심적인 자아 감각과 긴밀하게 이어진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_16쪽
[우리 주변의 평범한 사물들이 품고 있는
놀라운 이야기를 발견하는 시리즈, 복복서가 ‘지식산문 O’]
복복서가 ‘지식산문 O’는 영국 블룸즈버리 출판사의 대표적인 스테디셀러 ‘오브젝트 레슨스’ 시리즈 가운데 특히 흥미로우면서도 새로운 사고를 촉발하는 책들을 선별해 국내 독자에게 선보이는 시리즈다. 사물에 관한 깊이 있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인문 에세이로, 독자는 이 시리즈를 통해 늘 곁에 있는 물건들, 그래서 눈여겨보지 않았던 것들에 담긴 숨겨진 이야기를 발견하고 탐험하며 교양을 쌓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 추천사
지식산문 O 시리즈는 평범하고 진부한 물건들을 주제 삼아 발명, 정치적 투쟁, 과학, 대중적 신화 등 풍부한 역사 이야기로 그 물건에 생기를 불어넣는 마법을 부린다. 이 책들은 매혹적인 내용으로 가득하고, 날카로우면서도 이해하기 쉬운 문장으로 일상의 세계를 생생하게 만든다. 경고: 이 총서 몇 권을 읽고 나면, 집 안을 돌아다니며 아무 물건이나 집어들고는 이렇게 혼잣말할 것이다. “이 물건에는 어떤 이야기가 숨어 있을지 궁금해.”
_스티븐 존슨, 『탁월한 아이디어는 어디서 오는가』 저자
‘짧고 아름다운 책들’이라는 지식산문 O 시리즈의 소개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 이 책들은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했던 일상의 부분들을 다시 한번 돌아보도록 영감을 준다. 이는 사물 자체에 대해 배울 기회라기보다 자기 성찰과 스토리텔링을 위한 기회다. 지식산문 O 시리즈는 우리가 경이로운 세계에 둘러싸여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켜준다. 우리가 그것을 주의깊게 바라보기만 한다면. _존 워너, 〈시카고 트리뷴〉
1957년 프랑스의 평론가이자 기호학자 롤랑 바르트는 획기적인 에세이 『신화론』을 출간했다. 이 책에서 그는 세탁 세제에서 그레타 가르보의 얼굴, 프로레슬링부터 시트로앵 DS에 이르기까지 당대의 대중문화를 분석했다. 짧은 분량으로 이루어진 지식산문 O 시리즈는 바로 이 전통을 계승하고 있다. _멜리사 해리슨, 〈파이낸셜 타임스〉
권당 2만 5천 단어로 짧지만, 이 책들은 결코 가볍지않다. _마리나 벤저민, 〈뉴 스테이츠먼〉
게임 이론의 전설인 이언 보고스트와 문화연구학자 크리스토퍼 샤버그가 기획한 지식산문 O 시리즈는 선적 컨테이너에서 토스트에 이르기까지 일상의 물건들에 관한 짧은 에세이를 담은 작고 아름다운 책이다. 〈디 애틀랜틱〉은 ‘미니’ 총서를 만드는데, (…) 내용에 더 내실 있는 쪽은 주제를 훨씬 더 깊이 탐구하며 디자인도 멋진 이 시리즈다. _코리 닥터로, 〈보잉보잉〉
이 시리즈의 즐거움은 (…) 각 저자들이 자신이 맡은 물건이 겪어온 다양한 변화들과 조우하는 데 있다. 물건이 무대 중앙에 정면으로 앉아 행동을 지시한다. 물건이 장르, 연대기, 연구의 한계를 결정한다. 저자는 자신이 선택했거나 자신을 선택한 사물로부터 단서를 얻어야 한다. 그 결과 놀랍도록 다채로운 시리즈가 탄생했으며, 이 시리즈에 속한 책들은 그 자체로 하나의 작품이다. _줄리언 예이츠, 〈로스앤젤레스 리뷰 오브 북스〉
유익하고 재미있다. (…) 주머니에 넣고 다니다가 삶이 지루할 때 꺼내 읽기 완벽하다. _새라 머독, 〈토론토 스타〉
롤랑 바르트와 웨스 앤더슨 사이 어딘가의 감성. _사이먼 레이놀즈, 『레트로마니아』 저자
■ 책 속에서
우연히 발견한 조개껍데기는 미시간호를 보고 느낀 경이로움을 추억하는 기념물일 뿐 아니라 어린 나에게 언젠가 사방이 육지인 고향의 대초원 밖으로 나가 진짜 바다를 보는 날이, 진짜 조개껍데기를 수집하는 날이, 머나먼 나라들로 여행할 날이 오리라는 믿음을 심어준 토템이기도 했다. _18~19쪽
파리에서 에펠탑 열쇠고리를 사는 행위는 순례자가 승천교회에서 충동적으로 흙을 슬쩍하는 행위를 희미하게 되풀이한다고 볼 수 있다. _39쪽
물건을 수집해 머나먼 장소를 유형화하고픈 충동은 인간 역사보다도 더 오래된 것임이 분명하다. _40쪽
여행 기념품이란 주변에서 보기 힘든 이질성에 의해 마법 같은 기운이 깃든 물건이었다. _40쪽
새로운 방랑자들이 고향으로 가져온 기념품은 한 국가가 나머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에 영향을 미쳤다. _58쪽
이 단절, 즉 여행 기념품이 여행지에 다녀오지 않은 사람에게는 그것의 출처와 중요성을 직관적으로 환기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기념품이 사회 전반의 차원으로 복제될 수 없는, 사적인 차원의 의미만 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를 말해준다. _87쪽
그것들이 나의 어떤 기억을 환기하는지 내 인생을 함께 경험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아무리 설명해도 소용없을 것이다. _94쪽
19세기 초만 해도 여행 기념품은 주로 공예품이나 우연히 발견한 물건, 또는 지역 장인이 만들어 그곳에서만 살 수 있는 토산품이었다. 그런데 19세기 말 기념품은 대개 점점 정교해지는 제조업체, 유통업체, 판매업체 네트워크에 의존하는 기념품점의 양산형 물건이었다. _108쪽
조지아주 뉴넌에서는 남녀노소 이천 명이 보는 앞에서 린치당해 죽은 흑인 노동자 샘 호스의 귀, 손가락, 심장, 간이 그 자리에서 잘려 군중에게 배부되었다. 다음날, 행사를 놓친 지역 주민들이 많게는 25센트까지 내고 희생자의 그을린 뼛조각을 받아 갔다. _124쪽
여행이 쉬워지고 세계 곳곳의 기념품점이 공장에서 획일적으로 제조되는 소품들을 떼다 파는 일이 갈수록 흔해지면서, 안목 있는 여행자들은 지역 전통과 이국적 관행에 뿌리를 둔 기념품으로 여행의 경험을 증명하려는 경향을 띠기 시작했다. _147쪽
설령 그 기념품이 박물관에 모셔도 될 정도로 순수한 인류학적 가치를 지녔다 하더라도 현실에서 그 물건의 객관적 진정성은 그걸 획득하여 여행자가 느끼는 진정성에 달렸다. _169쪽
기념품 구매는 훗날 여행을 추억하기 위한 일이기도 하지만 여행자가 관광이나 현지 음식 체험처럼 낯선 땅에서 습관적으로 되풀이하는 행위이기도 하다. _174쪽
기념품은 기억과 경이로움을 간직한 물건으로, 주인에게 그가 오래전 머나먼 곳을 경험하고 왔음을 구체적으로 일깨워준다. _175~176쪽
프루스트의 소설 속 마들렌처럼, 기념품은 과거에 대한 개인의 고유한 감각을 불러일으킨다. ‘잃어버린 시간’의 우주를 지금 이 순간 느낄 수 있게 해준다. _185쪽
기념품이 품고 있는 기억은 연상적이며 시각적으로 덜 구체적이고 물건 주인 고유의 것이자 세월의 흐름과 함께 달라질 공산이 크다. _186쪽
■ 차례
서문
1.
들어가며: 너무 많은 에펠탑
2.
순례 시대의 기념품
3.
계몽 시대의 기념품
4.
막간: 사적인 박물관
5.
기계 복제 시대의 기념품
6.
기념품과 인간의 고통
7.
기념품과 진정성(이라는 복잡한 개념)
8.
기념품과 기억, 그리고 짧은 인생
참고문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