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할 땐 문어

판매개시일
2025/03/05
태그
장편소설
미국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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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정진아(Gina Chung)
옮긴이│김지현
원제│Sea Change
발행일│2025년 3월 5일
판형│128*188│쪽수│408쪽│ 정가│18,000원
분야│영미소설
ISBN│979-11-91114-77-5 (03840)
#한국계미국인작가 #데뷔작 #사랑 #이별 #상실 #서른 #상처 #과거 #미래 #성장 #우정 #마음 #외로움 #회피 #자기연민 #변화 #치유 #가족 #이주 #문어

책 소개

 뉴욕 타임스 최대 기대작
 2023 푸시카트 상(Pushcart Prize) 수상자 정진아의 첫 장편소설
 반스앤노블 선정 이달의 발견 도서
 2023 센터 포 픽션(The Center for Fiction) 올해의 데뷔작 상(First Novel Prize) 최종 후보
 아시아태평양계미국인사서협회(APALA) 선정 소설 부문 영예의 책(Adult Fiction Honor)

서른, 내가 사랑한 이들이 자꾸만 나를 떠나간다

서른, 나는 내 인생의 다음 단계를 모르겠다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한국계 미국인 작가 정진아의 『이별할 땐 문어』는 서른을 맞은 주인공 ‘로’의 사랑과 이별, 상처와 성장, 동물 친구와의 교감을 다룬다. 더불어 서른이라는 나이에 새로운 관점을 제안한다.
『이별할 땐 문어』는 서른이라는 나이를 두 갈래로 조명하는 소설이다. 우선, 서른은 사랑하는 이들과 헤어지게 되는 시기다. 학창시절부터 쭉 단짝이었던 윤희는 결혼 준비로 바빠졌고, 남자친구 ‘태’는 꿈을 찾아 화성으로 가버렸다. 연구를 위해 베링 소용돌이로 떠났던 아빠는 실종되었고, 엄마는 새 사랑을 찾은 듯하다. 로가 이제 마음을 기댈 곳은 근무중인 수족관에서 돌보고 있는 대왕문어, ‘덜로리스’ 뿐이다. 그런데 어느 날 수족관에 방문한 부유한 투자자가 덜로리스를 매입하겠다고 찾아온다. 로는 또다시 소중한 존재를 잃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힌다. 로의 서른은 그야말로 이별하는 나이다.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나를 떠났거나 떠나는 중인 사람이 남겨놓은 구덩이를 살금살금 피해 다니느라 괴로운 나날이 언젠가는 끝날 거라고 누군가가 말해주었으면 좋겠다. 정말이지 누구라도 말이다.”_388쪽
하지만 로는 단지 이별만으로 괴로워진 게 아니다. 로를 더 외롭게 하는 건 떠나는 이들은 모두 원하는 바와 목적지가 분명해 보인다는 사실이다. 로는 “내가 나아갈 다음 단계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솔직히 잠시만이라도 속도를 늦추고” 싶고, 모든 게 “확실한 상도 정해지지 않았는데 시작된”, 죽을 때까지 끝나지 않을 듯한 경주 같기만 하다. 하지만 서른은 멈춰서서 새 방향을 찾기에는 늦은 나이 같고, 불만을 안은 채 주저앉아 포기하기엔 남은 날이 까마득한 이른 나이 같다.
“나는 내가 나아갈 다음 단계가 무엇인지 모른다는 사실을 누군가에게, 심지어 윤희에게도 말하기가 겁났다. 사람들은 모두 높은 곳으로 올라가고 더 많은 것을 가지려 노력하는 것 같았다. 더 많은 돈, 더 큰 책임, 더 높은 직함, 더 많은 특혜. 물론 나도 이런 것을 원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그보다는 그런 것이 내게 주어졌을 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에 가까웠다.”_194쪽
『이별할 땐 문어』의 원제 ‘Sea Change’를 우리말로 옮기면, 세상일의 변천이 심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인 상전벽해다. 로가 마주한 서른이 바로 자신을 제외한 주변 사람들의 상전벽해와 다르지 않다.
로가 마주한 난관은 로‘만’이 마주하는 난관은 아니다. 우리가 인생을 살다보면 꼭 서른이 아니더라도 한번쯤은 해볼 법한 고민이다. 이중의 고통에 빠진 로는 불가피한 상실과 변화를 수용하고 성장할 수 있을까? 자신이 원하는 바를 찾아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을까? 이 질문을 품고 페이지를 넘기는 손짓은 우리가 지나왔거나 앞둔 한 시절을 향해 직접 보내는 응원이 될지 모른다.
익숙한 패턴에 갇혀서 나아갈 방향을 잃은 적이 있다면 공감할 수 있는 소설_더 스킴

영원을 약속할 수 없는 존재끼리 나누기에

더 각별하고 소중한 지금이라는 순간

『이별할 땐 문어』는 최종적으로 과거와 이별하는 이야기다. 왜 과거와 달라졌는지 사랑하는 이들을 원망하고, “말하지 않으면 일어나지 않을지도” 모른다며 대화를 회피하던 사람이 “이다음에는 무슨 일이 펼쳐질지 궁금해”하기까지의 이야기다. 그리고 “우리가 서로에게 어떤 말이나 약속을 하더라도 상실이나 이별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을. 그럼에도 이 세상에는 볼 것도, 붙들 것도, 돌보고 마음을 쏟을 것도, 사랑할 것도 너무나 많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러니 우리가 함께하고 있는 ‘지금’을 더 사랑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하기까지의 이야기다.
로는 이 지난하지만 꼭 필요했던 이별의 과정을 대왕문어 덜로리스와 함께 겪는다. 로와 함께 이별 연습을 모두 마친 독자는 책장을 덮고서 말하게 될 것이다. ‘이별할 땐 문어’라고.
“너는 정말 근사한 삶을 살 거야, 롤로.”
나는 물에 손을 담그고 덜로리스의 팔 하나를 쓰다듬는다. 덜로리스가 나를 휘감는다. 팔의 빨판이 나를 부드럽게 당기는 느낌이 든다. 나는 그가 얼마나 아름답고 기묘하고 근사한지, 그래서 나처럼 운이 좋아 그를 매일 볼 수 있게 될 사람은 그와 사랑에 빠지지 않을 수 없을 거라고 이야기한다. 우스꽝스럽지만 덜로리스에게 우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 나는 물에서 손을 빼내고 돌아서서 눈을 깜빡인다._359~360쪽

추천의 말

올해의 데뷔작 중 단연 돋보이는 작품. 첫 페이지부터 독창적인 세계로 당신을 끌고 들어가 결코 놓아주지 않을 것이다. 경이로운 문장으로 가득하다._데부티풀
『이별할 땐 문어』는 대왕문어와 인간이 서로 그리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누군가 봐주기를 바라고, 외로움의 수면을 뚫고 올라가 연결되기를 바란다는 점에서 말이다. 비록 이 지구에서 우리 모두 영원할 수 없다는 점을 알지라도.
_일레인 시에 추(소설가)
독자의 마음을 녹일 만큼 흡인력 강한 데뷔작.
_더 마스터스 리뷰
익숙한 패턴에 갇혀서 방향성을 잃은 적이 있다면 공감할 수 있는 소설.
_더 스킴
『이별할 땐 문어』는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한다. 더불어 우리가 사랑한 대왕문어, 덜로리스가 몸의 색을 바꾸듯 유려하게 대담한 유머와 약한 마음 사이를 넘나든다. 눈부신 데뷔작.
_크리스털 하나 킴(소설가)
영혼을 울리고 마음을 환기하며 지혜롭다. 『이별할 땐 문어』는 슬픔, 치유, 이주, 가족, 세대 간 트라우마를 깊이 파고든다.
_다프네 팔라시 안드레아데스(소설가)

차례

이별할 땐 문어_11

책속에서

“너나 나나 똑같아, 어휴.”
나는 라디오를 켜놓고 대걸레로 바닥을 닦았다. 지금은 오전 여덟시였고, 나 또한 지난 몇 달간 섹스 한번 못한 신세라 성욕에 굶주린 문어에게 감정이입할 생각은 없었다.
이건 내 잘못이다, 나도 안다. 나는 태가 떠날 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으로 대처했으니까. 이별이라면 예전에도 경험했지만 상대가 지구를 떠날 계획을 세우는 바람에 헤어진 건 처음이었다._12쪽
우주의 광활한 어둠은 바다의 어둠과는 완전히 다르다. 바닷속은 아무리 헤아릴 수 없이 깊고 아무도 살 수 없을 듯 보이더라도 보고 만질 수 있는 생명들의 징후로 희미하게 빛나게 마련이다. 나는 우주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_20쪽
나는 남자친구를 사귈 만한 나이가 되자 부모님이 없는 틈을 타 상대를 집에 데려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가 굳이 숨기려고도 하지 않았던 목 위의 작은 멍 자국을, 차 뒷좌석에서 흩어지는 뜨거운 숨결을, 나보다 더 다루기 쉽고 덜 절박한 누군가에게로 떠나간 연인 때문에 텅 빈 주차장에서 혼자 울음을 터뜨리는 경험을 곧 사랑이라고 생각했다. 20대 초반에는 숙취로 인해 열감이 느껴지는 아침에 남자가 내 안에 들어오도록 놔두면서 그의 열기를 나 자신의 것처럼 느낄 때 쇄골 아래에 고이는 땀의 맛이야말로 곧 사랑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가끔 나는 상대가 콘돔을 쓰지 않아도 내버려두곤 했는데, 때로는 그걸 원했기 때문이고 때로는 원하는지 아닌지조차 몰랐기 때문이다. 사랑은 내가 다음 상대의 요구에 맞춰 갓 정련된 대리석 덩어리처럼 매끈해질 때까지 나 자신을 깎아내고 또 깎아내는 일이었다.
하지만 태는 달랐다._29쪽
섹스 후 나는 멍한 상태로 그에게 사랑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도 나를 사랑한다는 말에 또다시 얼떨떨했다. 행복한 고요가 뼛속으로 스며드는 것 같았다. 너무나 낯선 감각이라 처음에는 제대로 인지하지도 못했는데, 이내 공포가 그 감정을 낚아챘다. 나는 잠든 그의 가슴이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을 지켜보며 생각했다. 아, 안 돼. 잃을 수 있는 걸 또 만들어버렸잖아.
우리 관계는 내내 이런 식이었다._32쪽
잠시 나는 몸속에 뼈대가 없다고, 내 몸이 급속히 따스한 액체로 변하고 있다고 상상한다. 상상하는 게 어렵진 않다. 가끔 수족관의 푸른 전시관들을 거닐다보면 내가 존재하지 않는 듯 느껴지기도 한다. 거기 있는 모든 생명체와 마찬가지로 내 몸도 날마다 물과 빛이 드나드는 반투명한 막에 불과한 것만 같다. 태와 헤어지고 나서부터 줄곧 그런 느낌이 들었다. 내가 잠을 자고, 일어나고, 먹고, 호흡해야 한다는 사실을 애써 떠올려야 한다._65쪽
한때 나는 엄마가 된다는 것이 자아의 종말을 의미한다고, 다른 사람의 삶을 유지시키기 위해서는 자기 삶을 완전히 포기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우리 엄마가 나를 키운 방식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게 됐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베스가 트레버를 볼 때 또는 레이철이 종종 헤일리를 볼 때의 눈빛을 생각하면, 자신의 일부를 포기하는 것이 그리 끔찍한 일은 아닐지도 모른다. 특히 그것이 나 자신보다 더 큰 것, 내가 사라지고 나서도 오래도록 지속될 무언가의 일부가 되기 위한 일이라면._178쪽
듣기 좋은 이야기다. 하지만 나는 필요한 존재로 여겨질 뿐 귀중한 존재로는 여겨지지 않는 상황에 지쳤다는 걸 깨닫는다. 진작 수족관을 떠났어야 했다. 여기가 나쁜 곳은 아니지만, 다른 모든 면에서 내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가로막고 있었다.
“불만스럽다면서 왜 떠나지 않는 거야?”
윤희도, 태도 수없이 그렇게 물었다. 하지만 정확히 말해 불만스러운 건 아니었다. 내가 그 밖에 다른 일을 할 수 있다는 걸 잊어가고 있다는 게 문제였다._356쪽
종종 나는 인간의 몸이 문어의 몸만큼 영리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만약 우리가 심장 하나가 하는 일을 세 심장이 하도록 나눌 수 있다면, 그리고 우리의 부속기관에 반자율적인 뇌가 있다면, 우리는 시간을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고 원한이나 상처 혹은 서로에게 말로 할 수 없는 일에 시간을 낭비할 가능성이 줄어들 것이다.
“보고 싶을 거야.”
나는 덜로리스에게 말한다. 논리적으로는 덜로리스가 아무리 똑똑하더라도 내 말을 이해할 리 없다는 걸 안다. 하지만 그의 가느다란 은빛 눈이 마지막으로 나를 바라보는 걸 느끼는 것만으로 충분하다는 생각이 든다._361쪽
“안녕, 덜로리스. 만나서 정말 반가워.”
헤일리가 물에 대고 속삭인다.
덜로리스가 대답하듯 금빛으로 변하더니, 마음의 준비가 된 듯 부드럽게 헤일리를 놓아준다. 그러자 내 안에 맺혔던 무언가도 풀어진다. 덜로리스는 별똥별처럼 박게 반짝이며 물속으로 가라앉는다._406쪽

지은이

정진아(Gina Chung)

미국 뉴저지에서 태어나 뉴욕에 거주중인 한국계 미국인 작가.
2020년, 『스플릿 립 매거진』에 소설 「청개구리」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지은 책으로 장편소설 『이별할 땐 문어』, 소설집 『청개구리』가 있다. 현재 라셀대학교에서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이별할 땐 문어』는 2024년 아시아태평양계미국인사서협회(APALA)가 선정한 소설 부문 영예의 책에 이름을 올렸고, 반스앤노블에서 2023년 선정한 이달의 발견 도서에 꼽히기도 했다. 더불어 2023 센터 포 픽션(The Center for Fiction) 올해의 데뷔작 상의 최종 후보에 올랐다.

옮긴이

김지현

소설가이자 번역가, 에세이스트. ‘아밀’이라는 필명으로 소설을 발표하고, ‘김지현’이라는 본명으로 영미문학을 번역하고 있다. 단편소설 「반드시 만화가만을 원해라」로 대산청소년문학상 동상을 수상했으며, 단편소설 「로드킬」로 2018 SF어워드 중·단편소설 부문 우수상을, 중편소설 「라비」로 2020 SF어워드 중·단편소설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지은 책으로 소설집 『로드킬』, 장편소설 『너라는 이름의 숲』, 에세이 『생강빵과 진저브레드』와 『사랑, 편지』가 있다. 옮긴 책으로 『기억의 빛』, 『사생아』, 『우리에게 남은 빛』, 『조반니의 방』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