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발 달린 법랑 욕조가 들은 기이하고 슬픈 이야기

판매개시일
2025/01/20
태그
장편소설
프랑스
표지
법랑욕조_표1.jpg
oopy
원제 | Héritage
분야 | 해외소설
판형 | 128*188mm (무선)
쪽수 | 280쪽
가격 | 17,000원
발행일 | 2025년 1월 20일
ISBN | 979-11-91114-71-3 (03860)
◆ 2021 프랑스 서점 대상 수상작
지나간 역사와 다가올 미래, 그 사이로
포도 넝쿨처럼 뻗어가는 신비로운 이야기들
천재적 젊은 작가가 완성한 가족 연대기
현실적 바탕 위에 환상적 요소를 절묘하게 섞어 마술적 리얼리즘의 색채를 띠는 동시에, 신화와 역사, 전설을 아우르는 풍요로운 작품으로 독자를 끌어당기는 천재적인 프랑스 작가 미겔 본푸아. 대학 시절 재학생을 대상으로 주최하는 단편문학상에서 대상을 수상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한 그는 이후 활발하게 집필을 이어가 에드메 드 라로슈푸코 상, 페네옹상 등 유수의 문학상 최종 후보에 이름을 올리며 작가로서의 존재감을 입증했다. 그리고 2024년 아카데미 프랑세즈 소설 대상과 페미나상을 거머쥐며 프랑스를 대표하는 젊은 작가로 공고히 자리매김했다.
『네 발 달린 법랑 욕조가 들은 기이하고 슬픈 이야기』는 특유의 필치와 독보적인 작품세계를 살려 현실과 허구를 능란하게 오가며 신비롭고도 마술적인 분위기를 한껏 자아내는 작품이다. 이 소설은 미겔 본푸아가 누구와도 비견될 수 없는 달변의 이야기꾼임을 명실상부 증명하며 2021년 그에게 프랑스 서점 대상 수상의 영예를 안겼다. 4대에 걸친 한 가족의 일대기와 한 세기에 걸친 역사적 사건들을 씨실과 날실로 삼아 거침없이 엮어나가는 간결하면서도 강렬한 이야기로, 프랑스를 넘어 전 세계 수많은 독자들이 주목하고 있는 그의 작품을 처음 만나기에 그야말로 제격인 작품이다.
프랑스-베네수엘라 국적의 이 삼십대 작가는 그야말로 젊은 천재라 할 만하다. 이야기꾼으로서 그의 재능은 결코 독자를 실망시키지 않는다. _렉스프레스
파리코뮌의 불길이 꺼진 지 두 해가 지난 1873년부터 피노체트의 쿠데타로 암울한 독재가 시작된 1973년까지, 프랑스와 칠레를 오가는 한 가족의 100년에 걸친 역사를 그린 이 소설은 미겔 본푸아의 창작 세계를 관통하는 특징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_윤진(옮긴이)
새로운 땅에 옮겨심은 나무가 뿌리를 내리고 열매를 맺기까지
운명의 거센 파도를 타고 용감하게 삶을 항해한 사람들
조국을 떠나 낯선 나라에 정착한 사람들, 새로이 뿌리내린 땅에서 떠나온 땅과 돌아갈 땅을 그리는 이들의 초상이 한 폭의 프레스코화처럼 펼쳐진다. 프랑스에서 포도 농사를 짓던 롱소니에는 야생 진디 필록세라가 퍼져 더이상 농사를 지을 수 없게 되자 새로운 삶을 향한 부푼 희망을 안고 배에 오른다. 이후 고국과 정반대의 계절을 가진 나라, 칠레에 내린 그는 향긋한 레몬나무 세 그루가 앞을 지키는 산티아고 산토도밍고 거리의 집에 살림을 차린다. 이 소설은 그가 프랑스를 떠나온 1873년에서 시작해 증손주 일라리오 다가 프랑스를 향해 떠나는 1973년까지, 100년의 세월 동안 한 가족에게 펼쳐진 이야기를 고스란히 담아낸다.
롱소니에 가족사에 의하면 라자르의 아버지는 오래전 한쪽 주머니에 30프랑을, 다른 쪽 주머니엔 포도나무 한 그루를 넣고 프랑스를 떠나왔다. _12쪽
산토도밍고 거리의 집에서 롱소니에의 후손들이 줄줄이 태어나 자라는 동안, 세계는 격동의 역사로 요동친다. 롱소니에 노인이 겪은 야생 진디 필록세라 유행과 파리코뮌에 이어 양차 세계대전과 피노체트 군사정권까지, 굵직한 역사적 사건들이 줄기차게 이어진다. 칠레에 정착한 이 프랑스인 가족의 후손들은 중요한 역사적 순간마다 운명의 부름에 응답하며 용감하게 집을 나선다.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조국을 지키기 위해 목숨걸고 싸우고, 비행기를 몰고, 신념을 지키느라 모진 고문을 감내한다. 평범해 보이는 개인의 삶은 이렇게 거대한 역사적 흐름과 자연스레 엮이고 교차한다.
5월 21일, 롱소니에는 운명의 장난으로 발파라이소에 내렸다. 스스로는 깨닫지 못했지만, 그것은 프랑스로 싸우러 떠나게 될 아들 라자르의 용기, 비행기를 몰고 영불해협 상공을 날아다닐 마르고의 용기, 고문을 당하면서도 입을 열지 않을 일라리오 다의 용기 못지않은 대단한 용기였다. 롱소니에는 후손들이 이루게 될 몸통을 위해 뿌리를 이식한 셈이었다. _250쪽
가없이 맞물리며 이어지는 시간의 고리
다음에 올 세대에게 남기는 기억이라는 유산
역사는 완결되는 것이 아니라 계속 이어지는 것이다. 그 유장한 흐름 속에서 이전 세대가 남긴 유산은 다음 세대를 위한 씨앗 또는 자라나는 뿌리가 된다. 다음 세대는 그로부터 가지를 접붙이고 뻗어나가 새로운 열매를 맺는다.
『네 발 달린 법랑 욕조가 들은 기이하고 슬픈 이야기』는 시간의 주름 사이에 존재하는, 뿌리 뽑힌 이들의 삶을 조명함으로써 과거의 유산을 미래의 기억으로 아로새긴다. 새 땅의 흙을 다져 고향에서 가져온 포도나무를 심는 사람들, 땅에서 발을 떼고 새처럼 자유롭게 하늘을 나는 후손들, 터전을 잃고 떠나온 원주민들, 박해받던 유대인들, 자신이 일하는 현장에서 매일의 투쟁을 이어가는 노동자들…… 닥쳐온 현재를 받아들이고 역사에 참여하는 방식은 다르지만, 하나같이 자신에게 주어진 소명을 실현하듯 운명에 몸을 맡긴다. 예측불허의 우연과 필연이 뒤엉키며 쌓여가는 역사, 그 소용돌이 속에서 순간순간 발하는 광휘는 결코 사그라질 기미가 없이 지금까지도 여전히 찬란하게 세상을 밝힌다.
오래전 롱소니에 노인이 대서양을 건너던 날, 그는 후손들이 이어가게 될 이주의 체스판 위에 첫 말을 놓은 셈이다. 그로부터 100년 뒤, 그러니까 두 차례의 세계대전과 한 번의 독재정권 이후에 일라리오 다가 증조할아버지가 떠나온 땅으로 되돌아갔다. 다시 50년이 지난 뒤에는 아마도 또다른 후손의 이주가 이 길고 느린 사건들에 덧붙게 되고, 그렇게 탐색과 고통과 탄생의 끝없는 정글이 이어질 것이다. _265쪽
■ 추천사
고국과의 끈을 놓지 못하는 칠레의 어느 프랑스 이민자 가족 후손들의 한 세기에 걸친 이야기를 간결하면서도 마술적 리얼리즘을 가미해 우아하게 풀어낸 작품. 거의 모든 일들은 새들이 가득 들어찬 매력적인 새장, 오랫동안 숨겨져 있던 공룡 뼈, 찰스 린드버그의 단엽기 스피릿 오브 세인트루이스를 그대로 본뜬 단엽기가 있는 산티아고의 주택에서 펼쳐진다. _뉴욕 타임스
프랑스-베네수엘라 국적의 이 삼십대 작가는 그야말로 젊은 천재라 할 만하다. 이야기꾼으로서 그의 재능은 결코 독자를 실망시키지 않는다. _렉스프레스
얇은 책 한 권에 한 세기 역사를 고스란히 담아낸다. 프랑스 이민자와 프랑스계 칠레인 후손들에 대한 이 이야기는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팬이라면 낯설지 않을 마술을 부린다. 때로는 신명나고, 때로는 비극적인 마술을. _뉴욕 타임스 북 리뷰
풍성한 이야기에 기억을 환기하고 상상력을 자극하며 매혹적이까지 한, 한마디로 경이로운 소설. 한 가족의 계보를 따라가는 이 시적인 작품은 역사와 용기, 그리고 고국에 대한 다채로운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_메그 웨이트 클레이턴(소설가)
서정적인 동시에 열병 같은 소설. 부드러우면서도 격렬하고, 명상적인 듯하면서도 뜨거운 불길처럼 타오르는 이 소설은 역사와 세대를 잇는 고리를 섬세하게 이어 내려가며 부서진 꿈, 행복, 그리고 인류를 하나로 연결하는 역사적 트라우마를 만천하에 드러내 보인다. _제니퍼 코디 엡스타인(소설가)
매혹적인 가족 연대기. _엘르
■ 책 속에서
황도대의 성좌들을 읽어 천체의 거리를 가늠하는 법을 이미 알았던 그는 별들의 대수학이 북반구만큼 분명하지 않은 남반구의 새로운 별자리를 해독할 수 있게 되었고, 그렇게 자신이 전과 전혀 다른 세계에 정착했음을 깨달았다. 그곳은 퓨마와 남양삼나무의 세계, 돌 거인과 콘도르가 사는 원시의 세계였다. _16쪽
이들의 첫번째 언어는 프랑스어였다. 이주민의 삶 속에서도 놓치지 않은, 조국을 떠나오면서도 지켜낸 그 유산을 부모는 아이들에게 꼭 전해주려고 애썼다. 그들에게 프랑스어는 은밀한 피난처이자 계급의 암호요, 이전 삶의 유물인 동시에 승리의 징표였다. _19~20쪽
모든 것은 어느 날 오후 아버지 롱소니에가 집안의 청결에 필요하다며 최신 욕조를 들여오면서 시작되었다. 청동제 사자 발 네 개가 떠받친 법랑 입힌 주철 욕조였다. 수도꼭지도 배수구도 없이, 마치 임신한 여자의 배처럼 생긴 욕조는 두 사람이 들어가 태아 자세로 나란히 누울 수 있을 만큼 컸다. _22쪽
한순간 라자르의 마음속에 다시 배에 오르고 싶다는, 떠나온 곳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유혹이 일렁였다. 하지만 곧바로 스스로 한 약속을 떠올렸고, 조국에 대한 의무가 정말로 국경선 너머에도 존재한다면 그것은 바로 조상들의 나라를 지켜내는 것이리라 되새겼다. _30쪽
처음 롱소니에라는 이름을 얻은 이의 것이었던 그 욕조는, 그날 이후 다가올 세대를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 큰 욕조가 되었다. _62쪽
“가장 위대한 투쟁은 우리가 싸우는 현장에서 이루어진단다.” _180~181쪽
“넌 우리의 모든 추억을 연기로 날려보내는구나.” 어머니가 말했다. “유산이라고는 재밖에 남지 않겠어.” _217~218쪽
사자 발이 지탱하는 욕조에 누워, 향기를 위해 물에 띄운 수레국화에 둘러싸여, 테레즈는 숲처럼 고요한 침묵 속에서 날아다니는 새들을 바라보았다. _223쪽
지나간 역사도 다가올 미래도 없었다. _225~226쪽
“이곳이 다시 태어난다면, 그건 여인의 손으로 가능할 거야.” 그가 말했다. _249쪽
■ 차례
라자르
테레즈
엘 마에스트로
마르고
다놉스키
일라리오
헬무트 드리히만
엑토르 브라카몬테
일라리오 다
미셸 르네
옮긴이의 말|100년의 디아스포라, 역사의 격랑 속에서 이어진 뿌리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