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널 스테레오(지식산문 O 02)

출간일
2025/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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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산문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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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 | Personal Stereo 분야 | 인문 판형 | 113*188mm (무선) 쪽수 | 228쪽 가격 | 15,000원 발행일 | 2025년 3월 20일 ISBN | 979-11-91114-79-9 (04800), 979-11-91114-74-4 (세트)
우리 주변의 평범한 사물들이 품고 있는
놀라운 이야기를 발견하는 시리즈, 복복서가 ‘지식산문 O’
복복서가 ‘지식산문 O’는 영국 블룸즈버리 출판사의 대표적인 스테디셀러 ‘오브젝트 레슨스’ 시리즈 가운데 특히 흥미로우면서도 새로운 사고를 촉발하는 책들을 선별해 국내 독자에게 선보이는 시리즈다. 사물에 관한 깊이 있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인문 에세이로, 독자는 이 시리즈를 통해 늘 곁에 있는 물건들, 그래서 눈여겨보지 않았던 것들에 담긴 숨겨진 이야기를 발견하고 탐험하며 교양을 쌓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모양과 형태가 다양한 사물만큼이나 자유로운 구성과 형식으로 쓰였으며, 특정 사물에 대한 작가 저마다의 각별한 애정과 관심을 느낄 수 있다. 블룸즈버리 출판사는 이 시리즈를 “짧고 아름다운 책들”로, “예술가·학자·기자 등 다양한 분야의 작가들이 참여하며, 명확한 문체, 상상력, 간결함을 중시한다”고 소개한다.
간결함. 아름다움. 상상력.
독자들이 이 작은 책들을 펼쳤을 때 지적이고도 흥미로운 이야기를 만날 수 있도록 가장 중요하게 둔 가치들이다. 그런 목표 아래에서 탄생한 이 시리즈의 두번째 책은 ‘퍼스널 스테레오’다. 개인이 혼자서 향유하는 음향 기기. 가장 먼저 무엇이 떠오르는가? MP3? 아이팟? 스마트폰? 이 책의 주인공은 퍼스널 스테레오의 원조인 워크맨이다. 투입구에 카세트를 넣고 재생 버튼을 누르면, 이어폰을 통해 지글지글 카세트가 돌아가는 소리와 함께 음악이 들린다. 워크맨을 기억하는 이들에게도, 이를 겪어보지 못한 이들에게도 이 책은 진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왜냐하면 어떤 기술을 상상하고 구현하려 한 모험가들의 이야기이면서, 기술 발전에 따라 사랑했던 것들이 어느새 뒤로 밀려나는 것을 지켜보는 아련함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오’ 하고 새롭게 보게 되는
우리를 둘러싼 일상 속 사물들
여행가방, 트렌치코트, 퍼스널 스테레오, 청바지, 유아차, 인형, 먼지, 쇼핑몰 등 이 시리즈에서 조명하는 사물의 종류에는 한계가 없다. 작가들은 사물이 겪어온 다양한 변화들을, 어떻게 지금에 이르게 되었는지를 풀어낸다. 형식에도 제한이 없다. 작가가 선택한, 아니 작가를 선택한 사물이 무대에 앉아 마치 감독이자 주연배우처럼 책의 장르와 연구 방향을 지시하는 것 같다. 그 결과 독자들은 갖가지 주제와 형식의 다채로운 책들을 만날 수 있다.
‘지식산문 O’의 두번째 책은 『퍼스널 스테레오』다. 1979년 소니 워크맨이 처음 등장했을 때, 사람들은 언제 어디서나 자신이 듣고 싶은 음악에 몰입할 수 있다는 혁신적인 경험에 매료되었다. 하지만 한편으로 워크맨은 ‘이기적인 세대’를 상징하는 물건으로 여겨지며 반사회적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 책은 워크맨이 폐허가 된 전후의 도쿄에서 탄생하여 전 세계적으로 고독한 행복의 상징이 되고, 더 나아가 MP3와 아이팟과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쓸모없게 되고, 역사의 뒤편에서 우리에게 향수를 불러일으키게 된 모든 과정을 추적한다.
워크맨에 담긴 한 시대의 기억을 열다
2009년 BBC 〈뉴스매거진〉은 13세 소년에게 워크맨을 잠시 사용해보고 소감을 들려달라는 재미난 요청을 했다. 워크맨 출시 30주년에 맞춘 기획이었다. 워크맨보다 훨씬 나이가 어린 소년은 아마도 이 물건을 전설로나 접했으리라.
“아빠가 크다고 말했지만 그렇게까지 클 줄 몰랐어요.” _13쪽
소년은 워크맨이 너무 크고 번거롭고 미심쩍다고 생각했지만, 30년 전 이 물건은 혁신적인 기술의 표본이자 일본 전자회사 소니를 세계적인 기업의 반열에 올린 제품이었다. 전후 도쿄의 스타트업 기업이었던 소니는 워크맨과 함께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그런데 사람들이 잘 모르는 이야기도 있다. 소니의 창립자 아키오 모리타와 마사루 이부카 외에, 워크맨의 또다른 아버지가 있다는 것이다. 간발의 차로 ‘퍼스널 스테레오’라는 아이디어를 실현할 기회를 놓친 불운의 남자, 바로 안드레아스 파벨이다.
1979년 밀라노에 있던 파벨은 아시아에 다녀온 브라질 친구를 만났다. 그 친구는 여행 중에 헤드폰을 착용한 사람을 보았다. “당신이 내게 항상 설명하는 그 스테레오 헤드폰을 쓰고 있는 것 같았어요.” _68쪽
저자 리베카 터허스더브로는 70대에 접어든 파벨과 긴 대화를 나누며, 그가 어떻게 퍼스널 스테레오를 개발했는지, 어떻게 소니에 대항했는지 듣는다. 파벨은 말한다. “그것은 우리의 삶에 감동을 줬어요. 실제로 우리 삶에 마법을 불어넣었죠.”(75쪽) 왜 아니겠는가? 퍼스널 스테레오는 사람들에게 그저 효율성과 편리함만을 주는 기술이 아니었다. 워크맨을 구입한 뒤 한 달 동안 헤드폰을 벗지 못했다고 고백한 소설가 윌리엄 깁슨처럼, 나만을 감싸는 소리의 황홀경을 경험한 사람은 절대로 그것과 떨어져 살 수 없다. 사람들은 업무, 산책, 공부, 여행 등 모든 일을 워크맨과 함께했다.
“사실 내가 가장 그리워하는 것은 워크맨이 아니다.
이후 등장한 기술에는 없었던 바로 그것, 즉 자유로움이다.”
하지만 한때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해 세상을 사로잡았던 다른 기술들처럼, 워크맨도 시간이 지나며 결국 새로운 기기에 밀려났다. 사람들은 워크맨을 잊고 작은 사이즈에 수천 곡의 음악을 저장할 수 있는 아이팟과 스마트폰에 열광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묘하다. 모든 것을 다 해주는 스마트 기기가 내 손안에 있는 지금, 그 투박한 기계가 가끔 그리워지는 것은 왜일까? 딱 한 가지 기능에만 충실한, 그 우직한 아날로그 기기들. 이 책은 지나간 기술에 깃든 사연과 추억, 그리고 특유의 아름다움을 오랜만에 느끼게 해준다. 우리는 기술 변화 속에서 왜 이토록 복잡다단한 감정을 느끼는 것일까?
■ 추천사
지식산문 O 시리즈는 평범하고 진부한 물건들을 주제 삼아 발명, 정치적 투쟁, 과학, 대중적 신화 등 풍부한 역사 이야기로 그 물건에 생기를 불어넣는 마법을 부린다. 이 책들은 매혹적인 내용으로 가득하고, 날카로우면서도 이해하기 쉬운 문장으로 일상의 세계를 생생하게 만든다. 경고: 이 총서 몇 권을 읽고 나면, 집 안을 돌아다니며 아무 물건이나 집어들고는 이렇게 혼잣말할 것이다. “이 물건에는 어떤 이야기가 숨어 있을지 궁금해.” _스티븐 존슨, 『탁월한 아이디어는 어디서 오는가』 저자
‘짧고 아름다운 책들’이라는 지식산문 O 시리즈의 소개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 이 책들은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했던 일상의 부분들을 다시 한번 돌아보도록 영감을 준다. 이는 사물 자체에 대해 배울 기회라기보다 자기 성찰과 스토리텔링을 위한 기회다. 지식산문 O 시리즈는 우리가 경이로운 세계에 둘러싸여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켜준다. 우리가 그것을 주의깊게 바라보기만 한다면. _존 워너, 〈시카고 트리뷴〉
1957년 프랑스의 평론가이자 기호학자 롤랑 바르트는 획기적인 에세이 『신화론』을 출간했다. 이 책에서 그는 세탁 세제에서 그레타 가르보의 얼굴, 프로레슬링부터 시트로앵 DS에 이르기까지 당대의 대중문화를 분석했다. 짧은 분량으로 이루어진 지식산문 O 시리즈는 바로 이 전통을 계승하고 있다. _멜리사 해리슨, 〈파이낸셜 타임스〉
권당 2만 5천 단어로 짧지만, 이 책들은 결코 가볍지않다. _마리나 벤저민, 〈뉴 스테이츠먼〉
게임 이론의 전설인 이언 보고스트와 문화연구학자 크리스토퍼 샤버그가 기획한 지식산문 O 시리즈는 선적 컨테이너에서 토스트에 이르기까지 일상의 물건들에 관한 짧은 에세이를 담은 작고 아름다운 책이다. 〈디 애틀랜틱〉은 ‘미니’ 총서를 만드는데, (…) 내용에 더 내실 있는 쪽은 주제를 훨씬 더 깊이 탐구하며 디자인도 멋진 이 시리즈다. _코리 닥터로, 〈보잉보잉〉
이 시리즈의 즐거움은 (…) 각 저자들이 자신이 맡은 물건이 겪어온 다양한 변화들과 조우하는 데 있다. 물건이 무대 중앙에 정면으로 앉아 행동을 지시한다. 물건이 장르, 연대기, 연구의 한계를 결정한다. 저자는 자신이 선택했거나 자신을 선택한 사물로부터 단서를 얻어야 한다. 그 결과 놀랍도록 다채로운 시리즈가 탄생했으며, 이 시리즈에 속한 책들은 그 자체로 하나의 작품이다. _줄리언 예이츠, 〈로스앤젤레스 리뷰 오브 북스〉
유익하고 재미있다. (…) 주머니에 넣고 다니다가 삶이 지루할 때 꺼내 읽기 완벽하다. _새라 머독, 〈토론토 스타〉
롤랑 바르트와 웨스 앤더슨 사이 어딘가의 감성. _사이먼 레이놀즈, 『레트로마니아』 저자
■ 책 속에서
그다지 좋다고 볼 순 없지만 여전히 애틋한 기억이 있다. 바로 기술적 결함에 대한 것이다. 처음에는 거의 알아차릴 수 없을 정도였다가 음악이 느려지기 시작하면 나는 공포에 휩싸였다. 그러고는 이 두려움이 편집증에 불과할 거라는 희망에 매달렸다. 하지만 목소리는 점점 늘어지고, 깊어졌다. 마돈나의 목소리가 바리톤으로 변했다. _15~16쪽
모리타의 자서전에 따르면 도쿄에서 어느 날 이부카가 불행한 표정으로 모리타의 사무실에 들어왔다. 그의 손에는 소니의 휴대용 테이프리코더와 헤드폰이 들려 있었다. “음악을 듣는 건 좋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방해가 되고 싶지 않아요. 하루 종일 스테레오 기기 옆에 앉아 있을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찾은 해결책이 음악을 들고 다니는 거지만 너무 무거워요.” 모리타는 이부카의 불만을 듣고 뭔가를 깨달았다. 그는 특히 젊은이들이 음악 없이 오래 있는 걸 싫어한다는 점을 알아차렸다. _45쪽
모리타는 사람들이 아직 이 제품을 모르더라도 구매하고 싶어할 거라고 봤다. 그는 시장조사는 전혀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대중은 무엇이 가능한지 모르지만 우리는 안다.” 많은 기업가들과 마찬가지로 그는 기존의 욕구를 충족시키기보다는 새로운 욕구를 창출하고자 했다. _51쪽
그리고 무엇보다 1980년대 미국을 넘어 전 세계에 만연한 개인주의를 논할 때면 어김없이 워크맨이 등장했다. 워크맨은 이 모든 걸 어떻게 상징할 수 있었을까? 오늘날 워크맨의 기능은 극도로 제한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 워크맨은 다용도 제품이었다는 걸 기억해야 한다. 워크맨은 휴대가 간편했기 때문에 버스, 체육관, 길거리 등 다양한 환경에서 이용할 수 있었다. 음악의 이질성 덕분에 멍하게 있을 때, 운동할 때, 멋진 퍼포먼스를 감상할 때, 잠들 때도 사용 가능했다. _105쪽
몇몇 피험자들은 어느 정도는 원치 않는 상호작용을 피하기 위해 헤드폰을 착용한다고 답했다. 흥미롭게도 남성보다 여성이 이러한 동기를 언급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이는 여성이 남성의 접근을 피하고 싶어했음을 시사한다. 이 이론은 한 심리학 연구가 여성이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남성이 그녀를 괴롭히지 않는다는 사실을 밝히면서 지지를 얻었다. _153쪽
2001년 10월 애플이 아이팟을 출시했을 때 이 제품은 이전 그 어떤 MP3 플레이어보다 월등히 뛰어났다. 출시 당시 잡스는 청바지 주머니에서 아이팟을 꺼내는 것으로 프레젠테이션을 마무리했다. 그는 감탄하듯 말했다. “이 놀라운 작은 기기에 수천 곡의 노래가 담겨 있는데 주머니에 쏙 들어갑니다.” _171쪽
아날로그의 또다른 속성은 한계다. 우리는 한계를 원하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끝없는 선택과 정보의 영향은 마비를 일으키기도 하고 욕지기를 불러오기까지 한다. 한 권의 잡지를 손에 쥐는 것(색스는 이걸 ‘마감성finishability’의 가치라고 부른다) 또는 리코딩된 음악의 전체 역사가 아니라 레코드 선반에서 음반을 고르는 일에서 우리는 안도감을 느낀다. _190쪽
나는 숨을 고르고 마침내 ‘재생’을 눌렀다. 그러고 나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헤드폰에서는 소리가 나지 않았고 카세트는 움직이지 않았다. 대체 무슨 일이지? _206쪽
■ 차례
들어가며
1.
참신함
2.
규범
3.
노스탤지어
에필로그
감사의 말